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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링 Tang 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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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링이 장수탕 선녀님》(책읽는곰)의 편집자 우지영에게 묻다

   

Q. 탕링 Tang Ling
《장수탕 선녀님》을 출판할 당시 저희 출판사는 이 책의 독특한 그림 분위기를 두고 아주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책읽는곰’에서 이 책을 출판할 때는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에 관해 묻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출판사에서 이 책의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 반응이 어땠습니까? 어린 독자들에게는 이 그림들이 조금 도전적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어린 독자들이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그림책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우지영 Woo Jiyoung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어린이책 출판사 책읽는곰의 편집장 우지영이라고 합니다. 《장수탕 선녀님》을 처음 출간할 때 출판사 내부에서 아주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고요.

어린이 알몸이 처음 그림책에 등장한 모리슨 샌닥의 《깊은 밤 부엌에서》(In the Night Kitchen)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도 엄청난 논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물며 《장수탕 선녀님》은 성인 여성의 알몸이 등장하니까 더 큰 충격이 있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저희는 작가님이 손수 그린 더미북 형태로 이 책을 만났기 때문에 그렇게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의 몸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에 아주 큰 해방감을 느꼈어요.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여성의 몸에 대해서 좀 이상화된 그런 기준을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일상에서 만나는 여성의 몸 특히 출산을 거치고 노화를 겪고 있는 여성의 몸은 사실 이상적인 기준과는 거리가 멀잖아요. 그런 보통의 몸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고 또 그런 몸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녀님이 덕지를 등에 태우고 물속을 유영하는 장면을 보면 사실 무슨 돌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는 걸 보듯이 굉장히 자유롭고 심지어 아름답다는 느낌마저 들잖아요. 저희는 양육자나 어린이들도 저희와 비슷하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울러 어린이와 노인이 나이를 넘어서, 게다가 알몸으로 서로 어울려서 한바탕 신나게 놀고 교감하는 것도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들도 자기가 베푼 작은 선의가 작은 기적으로 돌아오는 이 이야기를 좋아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는 알몸이 문제라기보다는, 표지의 선녀님이 무섭다고 말하는 어린이들이 좀 있었어요. 선녀님이 화장도 진하고 얼굴도 우락부락하게 생기다 보니 무섭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근데 그 무서움을 견디고 책을 본 어린이들은 다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실제로 제 지인의 남편은 밖에서 우울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들고 들어가서 혼자 조용히 읽고 얼굴이 환해져서 나오기도 한다고 해요.

제가 《장수탕 선녀님》 홍보차 중국을 방문했을 땐 이미 대중탕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그런데도 굉장히 낯선 타국의 문화가 담긴, 게다가 성인의 알몸이 담긴 이런 급진적인 책을 출간해주신 지엘리 출판사의 안목과 용기에는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Q. 탕링 Tang Ling
이 책을 출판하는 과정에서 저자와의 특별한 경험이나 재미있는 일들이 있었나요?

A. 우지영 Woo Jiyoung
《장수탕 선녀님》은 책읽는곰에 대단히 의미가 깊은 책입니다. 백희나 작가님과 처음 함께 작업한 책이기도 하고, 저희 전 출판사 직원이 스태프가 되어서 함께 만든 책이기도 합니다. 《장수탕 선녀님》은 한국의 계동이라는 곳에 있는 오래된 목욕탕에서 촬영했어요. 인형을 갖다 놓고 촬영해도 위화감이 없는 작은 목욕탕을 찾아다니느라 굉장히 많이 애를 썼는데요, 작가님도 저희도 틈날 때마다 동네 목욕탕들을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여탕뿐 아니라 남탕도 가봐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영업부 남자 직원이 새벽에 바비인형을 들고 목욕탕에 가서 사진을 찍고 그걸 저희한테 보내주기도 했었어요. 사람들이 혹시 볼까 봐 아무도 안 오는 새벽 시간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누가 봤으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죠?

그리고 계동 중앙탕을 섭외한 다음에도 저를 포함한 편집자 한 명, 그리고 디자인 팀장까지 모두 스텝이 돼서 촬영을 함께했었어요. 작가님 촬영하시는 동안 반사판이나 조명을 잡고 있거나 세팅을 같이하는 등 늦은 봄부터 여름 사이에 무더운 목욕탕에서 함께 땀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저희한텐 아주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Q. 탕링 Tang Ling
이 책을 홍보하기 위한 특별한 방식이 있었나요? 있었다면 그 경험을 소개해 주세요.

A. 우지영 Woo Jiyoung
《장수탕 선녀님》에 관련한 특별한 홍보 방식이라기보다는, 백희나 작가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저희가 계속 노력해온 부분은 작가의 이름을 알리는 거였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 어린이책 분야에서 이름으로 기억되는 작가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성인 도서 분야에서는 어떤 작가의 이름을 보고 그 작가의 신간을 사는 독자도 있는데, 사실 어린이책은 책의 이름은 기억해도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던 것 같거든요. 근데 저희는 《장수탕 선녀님》을 내면서부터 백희나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작가의 이름으로 된 평대를 꾸리기도 하고, 작가의 이름을 중심으로 광고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작가를 알리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지금은 백희나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이 늘어났고, 백희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고 하면 챙겨서 보는 독자들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장수탕 선녀님》이 어린이 뮤지컬로도 제작돼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 아무래도 책이 좀 오래됐으니까 덕지와 선녀님이 잠수하는 장면을 표지로 삼은 리커버판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제작 업체와 여러 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Q. 탕링 Tang Ling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 그림책 분야가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국제적인 상도 여러 번 받았죠. 이야기성이나 예술성에도 전반적으로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출판사가 신인 그림책 작가들을 발굴하는 방식이나 사례를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우지영 Woo Jiyoung
한국에서는 한동안 그림책에 대해 가르치는 학교, 학원 등이 많이 생겼습니다. 작가들이 그림책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는 커지는데 그것을 배울 곳이 달리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작가분들이나 디자이너, 편집자들이 모여서 그런 곳을 만들고 작가를 양성하고 또 발굴한 것이죠. 그러면서 그림책 창작 역량이 좀 쌓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만해도 한겨레 그림책 학교라는 곳에서 학생들의 원고를 봐주는 일을 두 학기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발굴한 작가가 바로 한국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슈퍼 거북》, 《슈퍼 토끼》를 쓴 유설화 작가죠.

그 밖에도 출판사에서 워크숍을 조직해서 작가들을 양성하기도 합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을 만든다거나 시 그림책을 만드는 것과 같은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 프로젝트에 어울릴 만한 작가들을 모아서 같이 공부하고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요. 그게 아니라 순수하게 창작을 할 수 있는 작가를 키워 내기 위해서 워크숍을 조직해서 작가들을 양성하기도 해요.

지금 한국도 어린 시절에 그림책을 보고 자란 작가나 편집자들이 업계에 들어와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그림책 창작 역량도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역량이 쌓이기 전까지는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들이 함께 공부하고 또 신진 작가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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