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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참가자정보

응우옌하링 Nguyen Ha Linh

지난프로그램 / 2021 프로그램 / 응우옌하링 Nguyen Ha Linh

안녕하세요. 저는 나남 출판사에서 한국 도서의 편집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하링입니다. 저희 나남 출판사는 문학을 사랑하는 한 그룹에 의해 지난 2005년 설립되었습니다. 나남 출판사의 대표작으로는 의사 신분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당 투이 쩜’ 열사의 전쟁 일기인 《당 투이 쩜의 일기》가 있는데, 나남 출판사의 첫 번째 베스트셀러 작품이고, 한국에서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당 투이 쩜의 일기》가 출간된 바로 그 해에만 50만 권이 판매됐으며, 이 작품을 통해 나남 출판사를 베트남의 수많은 독자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설립된 지 15년 이상 지난 지금, 나남 출판사는 베트남의 도서 출판 분야를 선도해 나가는 출판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또 나남 출판사는 출판 장르의 다양화를 위해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설 분야에만 머물지 않고 실용서나 경제, 역사, 교육 같은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죠.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작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로즈 응우웬의 기행문 《젊음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당황쟝의 에세이 《분노는 우리의 결백을 증명하지 않는다》, 《선악과 스마트폰》 등이 있습니다.

그 외 번역서로도 지속해서 베스트셀러 작품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연금술사》가 있고, 최근 작품으로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등이 있습니다. 특히 외국 문학의 번역 작품은 나남 출판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의 고전 문학작품을 번역 출판하거나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베트남 독자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중국,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좋은 책들을 알리고 싶습니다.

나남 출판사가 출간한 한국 도서 중 제가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입니다. 베트남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이라는 게 이 책을 고른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는 베트남 독자에게 신경숙이나 공지영 같은 작가는 꽤 익숙합니다. 저는 이미 많이 접해본 작가 외에 새롭고 낯선 문제에 접근하여 그 문제를 들추어내는, 좀 더 패기에 찬 새로운 문체의 신진 작가를 베트남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선정한 두 번째 이유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동성애자 딸을 둔 엄마의 시각을 바탕으로 여성 동성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성과 성소수자(LGBT+) 그룹에 관한 책들이 점점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요, 여전히 남성 동성애와 관련된 책이 다수이고 여성 동성애를 다룬 책은 거의 볼 수가 없어 보편적인 주제는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지 않은 독자가 동성애에 대해 알기 위해 그와 관련된 책을 찾지만, 여전히 여성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책은 많지 않죠.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 지금 시점의 베트남에서 출간하기에 적합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책의 스토리가 많은 독자, 특히 성소수자 그룹에 속한 독자에게 감동과 공감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엄마의 시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독특한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점은 독자, 특히 젊은 독자가 다각적인 시각으로 동성애 이슈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또 엄마의 시각으로 동성애 이슈를 다루기 때문에 부모 세대까지 아우르는, 좀 더 넓은 독자층이 이 책에 접근하도록 하여 그들이 젊은 세대의 삶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 책이 여성 동성애 이슈를 다루고는 있지만, 핵심 내용은 가족 간의 사랑입니다. 가족 간에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심정을 이해면서 어떻게 한집에서 살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과도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이 책이 많은 베트남 독자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한국의 베스트셀러라는 점도 이 책을 고른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저는 네이버 북을 통해 이 책에 400개 이상의 독자 리뷰가 있는 것을 봤고, 분명 많은 독자가 읽을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네이버 북 검색 사이트와 예스24 또는 교보문고와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 사이트를 통해 《딸에 대하여》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웹사이트들은 독자에게 잘 팔리는 책 리스트를 장르별, 주별, 연도별로 잘 구분해 수시로 업데이트해 주고 있어서 현재 한국 독자에게 인기가 있는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 문단에 반향을 일으키는 새로운 작품과 신진 작가도 검색을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검색 사이트 외에도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같은 SNS를 자주 이용합니다. 한국 대형 출판사들도 모두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책을 홍보하고 있어서 한국 책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아주 쉽게 얻을 수 있죠.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가 어떤 책에 관해 관심을 가지면 먼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해시태그를 검색합니다. 그다음 한국 독자 리뷰를 읽어보고, 그 책이 베트남에서 출간하기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기 위한 자료를 더 수집합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외에도 현재 도서 관련 최대의 SNS라고 할 수 있는 굿리즈를 활용합니다. 그 책이 해외에 번역 출판된 것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거죠. 굿리즈를 통해 한국 도서 혹은 한국 작가에 대한 국제 시장의 관심과 선호가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에이전시나 매년 개최되는 북 페스티벌, 일반 독자나 번역가 등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언제든지 좋은 책을 소개받고 있습니다.

한국 도서를 편집하고 번역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아마도 언어적인 부분일 겁니다. 한국어를 베트남어로 유연하게 번역하면서도 한국어 고유의 뉘앙스를 잃어버리지 않게 만드는 게 너무 어렵거든요.

그래도 어려운 것보다는 즐거운 게 더 많습니다. 가장 큰 즐거움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한국 문화나 한국인, 한국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 유명하진 않아도 재능 있는 한국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좀 더 깊게 알 수 있다는 것도 즐거운 일입니다. 또 한국 도서를 번역하고 편집하면서 사전에 없는 신조어와 은어 등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입니다. 책을 통한 특수한 언어적 환경을 경험했을 때 알 수 있는 단어들이기 때문이죠.

《딸에 대하여》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굿리즈,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좋은 리뷰가 있었고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역시 LGBT+ 공동체에 속한 독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동성애를 주제로 다루는 추천 도서 리스트에 자주 오르기도 하고요.

최근 한국 도서에 대한 베트남 독자의 반응을 살펴보면 한국 도서의 팬층이 점점 늘어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베트남 독자들은 특히 가족을 주제로 한 한국 도서를 좋아하는데요, 나남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한국 도서도 대부분 가족을 주제로 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조창인의 《가시고기》, 김애란의 《두근 두근 내 인생》 등이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서로 상당히 유사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고 있고 가족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최근에는 많은 독자가 소설 외에 산문이나 자기계발 같은 장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혜민 스님의 산문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외 한강 작가의 대표작처럼 해외에서 수상한 작품도 베트남 독자에게 관심을 받고 있죠.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받은 이후 한강의 후속작들은 한국 문학 팬뿐만 아니라 문학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한국 도서에 대한 베트남 독자의 관심은 한류의 영향력이 커진 이후 뚜렷해졌는데, 이들의 관심을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돌 문화로 인해 한국 도서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것입니다. 아이돌 문화를 즐기는 젊은 독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어떤 책을 읽었다는 것을 알고 그 책을 찾아보는 것이죠. 단순히 아이돌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그 책을 통해 배운 것을 똑같이 배우고 싶고, 그들이 느낀 감동을 전달받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입니다. BTS 맴버들이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베트남 팬들이 이 책을 정말 많이 읽었습니다.

둘째는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나면 독자들이 원작을 다시 찾아보는 경우입니다. 한국에선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점점 많아지고 있죠. 이런 영화나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개봉해 인기를 얻게 되면, 팬들은 원작을 찾아서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며 읽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어떤 팬들은 꼭 책을 읽지 않아도 단순히 영화가 좋아서 책도 소장하고 싶어 하죠.

셋째는 대중 매체에서 책 이름이 언급되거나 혹은 책의 어떤 내용이 언급되어 그 책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책의 어느 구절이 가사에 사용되거나 혹은 영화에서 어떤 책 이름이 언급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나 영화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겁니다.

나남 출판사는 지금까지 한국 도서 중 장편 소설을 주로 출판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단편 소설집을 출판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읽은 책 중 편집해 보고 싶은 책은 바로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인데요, 이 책은 영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고 굿리즈에서 독자들의 긍정적인 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주 토끼》는 다양한 장르를 다룬 단편 소설집으로, 공상이나 판타지, 공포 등의 장르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모두 독특하고도 창의적입니다. 그 외에 황정은 작가의 단편집을 출판해보고 싶네요. 황정은은 아주 훌륭한 단편 소설가이니까요.

열두 달을 그리워하며 / 나남 출판사

저는 나남 출판사의 도서 중 두 베트남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책은 문학가 부방의 산문집으로 《열두 달을 그리워하며》입니다. 이 책은 베트남 문학의 정수를 담은 가장 유명한 작품들을 엄선한 《명작 베트남 전집》에 선정되었는데요, 고향을 떠난 한 사람의 심정을 노래한 책으로 하노이의 일 년 열두 달을 하노이의 특징적인 경관, 날씨, 음식, 월별 풍습 등과 함께 표현했습니다.

 

블랙 오션 / 나남 출판사

두 번째는 당황쟝의 《블랙 오션》입니다. 이 책은 최근에 출간됐는데요, 심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제 생각엔 한국 독자에게도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반부에는 우울증으로 인해 정서적 학대를 겪는 열두 명의 이야기가 나오고, 후반부에는 독자들의 심리학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이론적인 배경이 제시됩니다. 작가는 심리학적 지식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도 함께 알려주고 있습니다. 설명에 잘 부합하는 인상적인 삽화와 그림들로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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