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편집자펠로우십

2021년 참가자정보

줄리아나 탄 Juliana Tan

지난프로그램 / 2021 프로그램 / 줄리아나 탄 Juliana Tan

안녕하세요. 저는 줄리아나 탄입니다. 그라메디아 푸스타카 우타마에서 아시아 픽션 담당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도서의 번역 출판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라메디아 푸스타카 우타마는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사이자 매스미디어사인 콤파스 그라메디아 그룹의 자회사입니다. 1974년 창사 이래 인도네시아 유명 작가들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판했고, 픽션과 논픽션, 아동 도서 부문의 해외 베스트셀러도 번역 출판하고 있습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외서가 차지하는 비율은 60%로, 《해리포터》 시리즈, 《트와일라잇》 시리즈, 《헝거게임》 시리즈,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와 파울로 코엘료, 스티븐 킹, J.R.R 톨킨, 히가시노 게이고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저는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6년에 이 책을 처음 접했는데요, 그때만 해도 인도네시아 해외 소설 시장에는 서구 픽션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편집팀은 다른 지역 소설에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출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네시아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너무 낯설지 않은 주제와 설정이 필요했죠. 그래서 저는 우리 출판사가 아시아 국가의 소설을 번역 출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한류 효과 때문에 한국 픽션은 좋은 출발점이었습니다. K-드라마와 딱히 연관되지 않으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과 주제를 가진 한국 베스트셀러를 인도네시아 시장에 소개하고 싶었는데요,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죠? 그래서 《종의 기원》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보통 저작권 에이전시나, 한국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카탈로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뉴스레터에서 정보를 얻습니다. 그리고 한국 베스트셀러 목록을 자주 확인하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뉴스레터에서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에 관해 읽었을 때, 사이코패스의 마음을 파헤치는 스토리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출판사에는 아시아 부서가 따로 없었는데요, 이미 부서를 확장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 책이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고 여겼습니다.

저에게 있어 한국 도서를 작업하는 동안 어려웠던 점은 어떤 철자를 사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 소리입니다. 로마자 표기법으로는 ‘eo’나 ‘u’로 쓸 수 있는데요, 제가 알기로는 영어로 보통 ‘u’를 사용하더라고요. ‘Samsung(삼성)’처럼요.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 ‘u’자는 ‘우’로 발음됩니다. 만약 ‘Kim Jung-hwa(김정화)’나 ‘Hyun-ji(현지)’를 쓴다면 대부분의 인도네시아인이 ‘김중화’나 ‘휸지’로 읽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eo’ 철자를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그건 한국 작가나 출판사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한국 도서를 번역하기 위한 표준화된 철자가 없다는 게 어려운 점이죠.

《종의 기원》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아시아 픽션이 아직 주목받지 못하던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말이죠. 인도네시아에서 일부 서구 스릴러보다 한국 스릴러가 더 나은 성과를 낸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저는 트위터에서 일부 독자들이 이 문장에 열광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유진은 포식자야.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최고 레벨에 속하는 포식자”

우리 출판사가 출간한 다른 한국 책 중에선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메가 베스트셀러입니다. 이 책은 K-팝 아이돌의 한국 내 페미니즘 논란, 인도네시아에서 사랑받는 배우인 공유가 관련 영화에 출연한 것, 그리고 인도네시아를 휩쓸었던 미투 운동 등으로 인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꾸준히 판매되는 책으로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출판사의 한국 도서들은 코로나 시대에 출판되었거나 출판되고 있고, 또 출판될 예정이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하던 것과는 다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가 그러한 마케팅 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지난 몇 년 동안 아시아 번역 도서들은 꽤 잘 팔리고 있습니다. 한국 도서의 경우, 특히 코로나 시대에는 픽션보다 논픽션이 더 인기가 있는데요, 베스트셀러 논픽션은 대부분 자기계발을 다룬 책들입니다.

한국 픽션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우리 출판사는 독자의 관심도를 가늠하기 위해 출판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는데요, 현재로선 K-팝 아이돌이 SNS에서 언급하거나 인기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 유명인이 저자인 경우 등 여전히 다른 마케팅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출판사의 베스트셀러인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K-팝 스타인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 도서를 출판하는 데 늘 관심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년에 출판하기 위해 몇 도서들을 구매한 상황이고, 인도네시아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찾아보고 있습니다.

 

햇살이 네가 되다 / PT 그라메디아 우스타카 우타마

제가 소개하고 싶은 일라나 탄의 작품은 《햇살이 네가 되다》입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뜻밖의 사랑 이야기인데요, 괴팍한 성격의 유명 피아니스트 알렉스와 사고로 그의 손목을 부러뜨린 순수한 댄스 강사 미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알렉스는 미아를 다시 만나고 싶어 하지 않고, 반대로 미아는 그의 ‘손’이 되어 그녀가 할 수 있는 한 그를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비극적인 비밀을 간직한 채 말이죠. 미움이 사랑으로 변한다는 전제가 단순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제공합니다. 그러면서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우아한 문체와 매력적인 인물 묘사가 여전히 잘 드러나죠. 2012년에 출간된 이후 많은 인도네시아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출간된 지 벌써 9년이나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계속 출간되고 있고요. 사람들은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도 여전히 눈물을 쏟아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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