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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참가자정보

최지인

지난프로그램 / 2020 프로그램 / 최지인

인터뷰 영상

국가한국
이름최지인
출판사문학과지성사
이메일jiin@moonji.com
출판사 소개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설립됐습니다. 회사 이름의 한자어를 풀이해보면 文學literature과 知性knowledge으로 독재 정권 시절 언론 탄압과 검열에도 불구하고 문학의 자율성과 공공성, 그리고 인문적 지성을 회사의 가치로 지켜왔습니다. 김현, 김병익, 김치수, 김주연 네 명의 평론가가 모여 세워낸 문학과지성사는 이후 여러 세대의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공동체를 통해 회사를 운영했고, 우리가 특정 개인의 소유가 아닌 문학적 공동체의 것이라는 생각을 유지해왔습니다. 리터러리 픽션과 논픽션, 시집, 학술서, 아동책까지 3,000종이 넘는 책을 간행하며 규모는 작지만 한국의 유서 깊은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에세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출판 엿보기

전염병의 시대: 시장 침체와 비접촉 유통의 부상

출판은 영화나 공연, 전시 등과 같은 다른 문화 예술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을 입었다고들 하지만 전체 시장 침체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전국 60만 개 이상의 업체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20년 2월 10일부터 4월 26일 사이의 도서 매출액은 16%가 감소했다고 합니다(〈KBS 뉴스〉, 2020). 맨 처음 타격을 받은 곳은 오프라인 대형 서점으로 같은 기간 22% 매출 하락을 기록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공간을 피해야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생필품이 아닌 책을 위해 큰 몰을 찾는 일이 줄었고, 자연스럽게 매대 광고 효용성이 감소해 광고 수입도 줄었을 것입니다(신동익, 2000). 올해 말 더 자세한 결산 통계가 나와야겠지만, 서울 및 주요 도시 시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배치됐던 오프라인 대형 서점은 큰 손해를 피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다음은 중소형 서점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작은 동네 서점들이 큐레이션과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크게 주목받았고, 그러다 보니 서울 수도권 및 주요 관광도시를 중심으로 작은 서점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초반에는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장소이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강양구 1, 2000, 29),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자 부지런히 도서 행사들을 주최하면서 판촉과 멤버십 강화 효과를 얻었던 서점들의 경영난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여 온라인 주문과 배송 서비스를 SNS 계정 등에서 운영하는 식으로 이에 대한 타개책을 찾는 서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박여영, 2000; 정현주, 2000).

달라지는 니즈: 디지털 도서 수요 증가와 ‘전염병’ 콘텐츠 관심

먼저 전자책의 경우, 코로나19의 유행 후 구매력이 높은 40대 고객의 인터넷 주문과 전자책 이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한국 최대 규모 서점인 교보문고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교보문고 전자책 서비스의 방문 고객 수는 전년 대비 평균 36.9% 증가했고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8%가 올랐다고 합니다. 코로나가 본격 확산돼 팬데믹이 선언된 3월의 경우 매출은 21.6%까지 증가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교적 큰 성장률을 보이지 못했던 오디오북 시장도 살아나 매출이 순식간에 59% 신장됐다고 합니다(지영균, 2000. 43). 발 빠르게 오디오 시장을 준비했던 한국 포털 사이트 네이버 또한 오디오클립 서비스를 강화해 오디오북 104종을 5월 6일 무료로 전격 공개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코로나19 마음 처방전’ 특집 채널을 통해 심리, 명상 콘텐츠를 제공했는데, 지난 3월의 오디오클립 이용자 수가 1월보다 72% 늘고 재생 건수는 3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백원근, 2000. 27~28). 하여 앞으로 전자 형태 도서에 익숙해질 독자군의 확대를 준비해 전자책 및 오디오북에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자연스럽게 전염병과 관련한 도서 수요도 늘었습니다. 올해 슬라보예 지젝의 《팬데믹 패닉》(북하우스, 2020)을 비롯해 사회과학 연구자가 공동 저술한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돌베개, 2020) 등 스무 종이 넘는 코로나19 관련 도서가 출간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순위를 역주행해 장기간 문학 베스트셀러로 판매됐습니다. 《시사IN》, 《한겨레21》과 같은 주간지부터 《창작과비평》과 같은 문학 계간지까지 많은 잡지 특집도 코로나19로 채워졌습니다. 《문학과사회》 역시 이번 가을호는 ‘코로나 어펙트’라는 특집 주제로 팬데믹 사태가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대응 방향에 대한 의료인류학, 정치철학, 문학 전문가 등 여러 필자의 다양한 진단과 의견을 실었습니다. 저 또한 올해 SF 앤솔러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라는 기획 소설집을 준비해 9월 21일 선보였습니다. 김초엽, 듀나, 배명훈, 정소연 등 한국을 대표할 만한 SF작가들의 단편을 아포칼립스, 컨테이전, 뉴노멀이라는 소주제에 각각 매치했고, USP로 ‘작가 노트’와 소설 발췌문으로 꾸려진 엽서북도 제작했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미래, 출판 노동은 어떨까

올해는 재택근무와 단축 근무 등이 여러 회사에 도입됐습니다. 서울 번화가 근처에 자리한 문학과지성사 또한 러시아워를 피하고 사내 전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재택근무 및 탄력 근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의 경우, 사내 데스크톱에 필요한 자료와 서체가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직접 들고 집에 가는 진풍경을 보여주기도 했고, 주문 업무를 처리하는 세일즈 팀은 교대 재택과 탄력 근무로 업무 공백을 최소화했습니다. 특히 물류나 영업에 비해 편집 및 디자인 업무는 집에서도 어느 정도 차질 없이 해결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량과 질적 수준의 유지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통근 시간이 절약되고, 아이가 있는 가정은 데이케어에 아이들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을 일정 정도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가 상승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대신 주간 단위의 업무 보고를 하루 단위로 전환하는 식으로 노동 감독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는 시기에는 필연적으로 주요 신간의 출간을 늦출 수밖에 없기에 종수를 줄여가는 출판사가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편집과 디자인 프리랜서들은 일감이 줄어들어 수입에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려옵니다.

분야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편집자에게 미팅과 네트워킹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동안 원고나 계약서를 앞에 두고 저자나 공동 작업자들과 대면 회의를 자주 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많은 내용이 오가고 있습니다. 잡지 편집 회의 또한 줌(Zoom) 화상 회의와 메신저 등으로 대체돼 다소 조율이 필요한 사안들까지 처리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래의 노동 방식을 떠올릴 때 상상했던 원격 업무가 이 노콘택트(no-contact) 시대에 조금은 미비한 상태로, 약간은 어색하게 굴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고 쓰는 사람들로 존재하는 출판, 공공의 가치를 사유할 상상력

책을 팔아 돈을 벌어서 자식과 부동산만 챙기려 드는 출판 경영자들은 반드시 도태되고 말 것이다. 독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최상의 정보를 큐레이션해서 제공하겠다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출판을 통해서 얻은 모든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은 발을 붙이기 어려운 세상이 곧 올 것이다(한기호 3, 107).

“현대의 소비자는 무엇을 소비하는가로 자신을 정체화한다”는 말은 무엇보다도 최근 출판 시장에 잘 적용될 수 있는 말일 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여성주의’, ‘다양성’과 같은 이슈를 중심으로 응원과 지지를 표현하는 소비자 운동으로 인한 세일즈 상승을 체감해왔습니다. 앞서 인용했듯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출판으로 얻은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의지가 출판사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 역설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올해 초 코로나가 극심하게 유행해 시민들의 발이 묶인 도시였던 대구로 몇몇 동네 서점이 책 보내기 운동을 하자 이것이 선한 소비자들의 응원으로 되돌아온 적이 있습니다. 연남동에서 서점 리스본과 포르투를 운영하는 정현주 씨는 이로 인해 “2020년 최고 매출을 코로나 기간에 찍었다”(정현주, 2020, 38~40)고 밝히며 이것이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이었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여 앞으로 구매의 체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세대 독자들과의 소통과 연대를 고민하고, 출판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꼭 전염병이 도는 시절이 아니더라도 출판은 국가적 특성과 경제적 상황을 떠나서 다른 산업에 비해 성장세가 빠르지 않고 늘 새로운 매체들과 경쟁하는, 해마다 도전을 받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서로 비슷한 역사적 맥락과 문화를 공유하기도 했던 이웃 나라인 만큼 앞으로 아시아 편집자 여러분과 양질의 콘텐츠를 공유하며 좀 더 활발하게 교류함으로써 다가올 어려움들을 타개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반갑게 인사하는 날이 어서 오길 바라겠습니다.

참고문헌

강양구, <코로나 시대의 출판: 창조적 파괴>, 《기획회의》, 2020년 5월 5일 자.

박여영, <변화된 일상, 공존을 논의해야 할 때>, 《기획회의》, 2020년 5월 5일 자.

신동익, <자가격리 시대의 출판 마케팅>, 《기획회의》, 2020년 5월 5일 자.

장덕래, <코로나 이후의 온라인 서점>, 《기획회의》, 2020년 5월 5일 자.

정현주, <코로나19 석 달, 서점주인의 생각이 바뀌었다>, 《기획회의》, 2020년 5월 20일 자.

지영균, <코로나19 시대의 전자책 구독 서비스, 어디로 가고 있나>, 《기획회의》, 2020년 5월 20일 자. (교보문고 콘텐츠사업단 이북사업팀 차장; kyuv21@gmail.com)

한기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출판(3): 언택트 시대, 클라우드를 활용한 출판이 필요하다>, 《기획회의》, 2020년 6월 5일 자.

KBS 뉴스, <빅데이터로 본 문화예술·스포츠·여행업…“평균의 함정 주의해야”>, 2020년 4월 30일 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436441&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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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바비의 분위기
박민정/문학과지성사
여름의 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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